[KBO] 신데렐라 맨,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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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구라는 것은 시즌이 시작되면서 갖가지 예측을 내놓습니다. 가령 "이번 시즌 우승권에 가장 근접한 팀은??", "각 부문별 타이틀 홀더는??" 이런 식이죠. 하지만 예측은 말그대로 예측이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빗나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2. 그런데 이런 예측권에 들지도 않았던 팀이나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면 팬들의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고, 우리는 그들을 "신데렐라" 라고 칭합니다. 2007년 시즌 막바지부터 디비전 챔피언십까지 22승 1패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콜로라도 로키스나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5할 승률을 넘어본 적이 없다가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던 2008년의 템파베이 레이스 등이 그 범주에 들죠.

3. 올시즌 한국프로야구에는 위의 예와 같은 "신데렐라 팀"이 있습니다. 재창단 이후 4강권에서 조차 멀어졌던 기아 타이거스입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더니, 급기야 8월 2일에는 6년 만에 단독 1위로 치고 올라옵니다. 이후 근 4주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어제 잠실 두산 전에서 13-7로 승리를 거두며 2위와의 승차를 6.5게임으로 벌려 놓았습니다. 거의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4. 그런데 기아 타이거스 라는 팀만 신데렐라 팀이냐,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2009년 기아 타이거스의 신데렐라 스토리의 중심에는 LG에서 이적해 온 김상현이 있습니다. 8월 28일 잠실 두산 전에서 2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30홈런 / 109타점을 기록하며, 강타자의 상징인 3할 타율, 30+홈런, 100+타점을 달성 중에 있습니다.

5. 2000년 2차 6라운드 42순위로 기아의 전신인 해태의 지명을 받아 2001년에 데뷔한 김상현은 2002년부터 LG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합니다. 위의 기록에서 보면 알 수 있듯, 김상현은 주전보다는 백업 요원으로서의 역할이 컸습니다. 규정 타석인 350 타석을 채운 시즌이 2007 시즌 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던 김상현이 올해 거포로써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6. 홈런을 잘치는 타자는 많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상황에 결정을 지어주는 클러치 능력까지 갖춘 타자는 흔하지 않죠. 2009 시즌의 김상현은 절대로 공갈포는 아닙니다. 일단 그가 홈런을 친 25경기에서 기아는 21승 4패를 거둡니다. 그리고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타는 12개로 리그 선두입니다. 득점권 타율은 .404, LG 박용택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만루 시 타율은 .529, 주자 1, 3루에서도 0.462, 주자 2, 3루 때는 0.429였고 주자 1, 2루에서는 0.381이었다. 또 재미나는 것은 주자가 있을 땐 .356를 쳤으나, 주자가 없을 땐 .257에 그쳤다는 겁니다. 이 기록만 놓고보면 해결사 다운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셈이죠??

7. 김상현의 대활약이 김상현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한 타순 앞에 있는 최희섭 또한 한국 복귀 이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상현이 워낙 크레이지 모드라 최희섭이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홈런 2위 (25개), 타점 5위 (78개), OPS .954 를 찍고 있습니다. 물론 올시즌 기록은 동계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해 낸 결과물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김상현이라는 괴물을 뒤에 받쳐둔 "우산 효과" 때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희섭 선수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아 하지만, 사실 기분이 썩 좋지 만은 않을 겁니다.

8. 현재 팀이 치른 113경기 중 101경기에 나선 김상현. 앞으로 19경기가 남은 상태에서 전 경기 출장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의 홈런과 타점의 예상 수치는 36 홈런과 130 타점 입니다. 하지만 한 경기에서 2~3개씩 몰아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40 홈런 돌파도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고, 2003년 이승엽의 144타점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 아니 바래봅니다. 28일 잠실 두산 전에서 30 홈런을 달성한 이후, 내년 시즌이 두렵다는 말을 꺼낸 김상현 선수. 올 시즌만 반짝거리지 말고, 꾸준하게 30+홈런, 100+타점을 거둘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올시즌 활약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개인 통산 홈런의 48%와 개인 통산 타점의 45%를 올시즌에 뽑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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