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7 - 걸어도 걸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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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Still walking, 2008)


장       르 : 가족, 드라마
러닝 타임 : 114분
개  봉  일 : 2009. 06. 18
감       독 : 고레아다 히로카즈
출       연 : 유, 아베 히로시, 하라다 요시오, 하야시 료가, 카토 하루코, 키키 키린, 나츠카와 유이, 노모토 호타루
등       급 : 전체 관람가






1. 언젠가 지인의 블로그에서 이동진(영화 평론가)이 꼽은 2009년 외국 영화 베스트 10에 관련된 포스트를 본 적이 있었다. 그 중 접해 보지 못했던 여섯 편의 영화 가운데, 한 편을 지난 일요일에 감상했습니다. 바로 고레아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


2. 10여 년 전, 햇살이 따갑던 한 여름. 료타의 형인 준페이는 바다에 빠진 한 소년을 구해주고선 정작 자신은 영영 바다에 묻혀 버린다. 이후 매년 준페이의 기일에 가족들이 모이게 되고, 사고가 발생한 지 10여 년이 지난 오늘, 료타는 아내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준페이의 또다른 동생인 지나미 역시,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온다. 또 결코 편치 않은 한 사람, 요시오도 매년 여름 준페이의 기일에 찾아온다. 준페이를 기리기 위해 가족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저마다 가슴 속에 묻어둔 속내가 드러나게 되는데...


3. 블록 버스터 영화가 난무하는 요즘, 이 영화를 접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해 보자면 이렇습디다. "하늘을 찌를듯한 빌딩 숲사이에 있는 천연 녹지대 같은 느낌." 전반적으로 고요한 분위기에 CG도 없고, 일부러 만든 것 같은 반전 같은 것도 없는, 화학 조미료를 넣지 않아서 어찌 보면 밍숭맹숭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어머니의 비법 양념이 들어가 깊은 맛이 살아 있는 찌개 같은 느낌이랄까요??


4.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가족의 소중함은 말할 것도 없고, 먼저 간 자식을 품고 사는 부모님의 심정이 어떤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나미가 돌아간 후, 료타의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나비 한 마리가 거실을 하늘거리고 있을 때, 그 나비를 보고 준페이라고 하는 장면. 그리고 준페이를 대신해서 살게 된(준페이네 입장에서) 요시오가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하지 못한 채 비실거리는 모습을 보며, 왜 하필 준페이였냐며 푸념하시는 아버지의 모습. 요시오는 그만 오게 했으면 한다는 료타의 말에, 요시오가 매년 준페이의 기일에 속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내 마음이 편하다는 어머니의 말씀. 이런 것들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자식을 먼저 보낸, 그것도 누군가의 목숨과 바꾸었을 때의 부모님의 심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 덧붙여 말하자면, 저도 매년 이맘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학 시절에 같이 방을 썼던 형이 있었죠. 법학을 전공하던 형이었는데, 고시원비 벌러 간다며 나갔다가 공사판에서 사고로 죽었지요. 그 형의 부모님도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동시에 자식은 부모님 곁에 살아 있는 것이 일차적인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것 사드리고, 좋은 옷 해드리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곁에(물리적 의미가 아닌)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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