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5 - 담배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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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딸뿡님 블로그에 들렀다가 담배 관련 포스팅을 보고선 그동안 담배에 관련하여 생각했던 잡설을 늘어놓으려고 한다. 본격적으로 담배에 손을 댄 것이 벌서 15년이 흘렀다.

 처음 담배를 배운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집과 학교의 거리는 도보로 15~20분 정도였고, 같은 반 친구 중 하나가 그 사이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다녔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그 친구는 항상 화장실에서 담배를 태우곤 했었고, 난 묵묵히 정류장에서 그 친구를 기다리곤 했다. 학생이던 그 시절이라고 스트레스가 없었으랴,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담배에 대한 호기심이 융합되어 난 그 친구에게 물었다. "나도 담배 하나만 주라." 그 친구는 기꺼이 내게 담배를 하나 내어 주었고, 난 담배를 처음 피우는 사람이 흔히들 겪는 연기로 인한 기침을 연신 토해냈다. 그 이후로 절대 입에 담배라는 것은 대지 않다가 본격적으로 피우게 된 것이 고3 때였다. 독서실 다닌답시고,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당시 담배를 본격적으로 피우게 되면서 애용했던 것이 마일드 세븐이었다. 흰 바탕에 파란색 줄이 한쪽으로 그어져 있던 마일드 세븐. 친구들은 그걸 줄여서 "마쎄" 라고 불렀었다. 그러다가 대학에 오면서 애용했던 것은 88라이트, 혹은 88골드였다. 둘 다 독한 담배 축에 속하고, 특히나 88골드는 워낙 독해서 거의 피우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군대에 가서는 소위 말하는 군88을 피웠다. 일반 88라이트보다 조금 더 독한 담배였다. 일반 88의 타르가 8.5mg인데, 그것보다 더 독했다면?? 그러다가 제대하면서
멘솔을 피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10여 년동안 함께 하고 있다. 

 멘솔을 태우기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호기심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격 탓이다. 성격이라고 하니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사소한 것들에서 남들과 다르고 싶다는 주의다. 그래서 88골드에도 손을 댔던 것이고, 멘솔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실 내 담배를 공유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공유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공유하고 싶어도 흔히들 태우는 것이 아니기에 당구장에서 담배가 떨어져도 안 피우면 안 피웠지 내 담배에 손대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혹자는 담배값을 덜 들이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멘솔도 종류가 다양하다. 웬만한 담배는 대개 멘솔을 보유하고 있다. 88멘솔(단종), 던힐 멘솔(현재 우리 나라엔 없다), 말보로 멘솔,   타임 멘솔, 레종 멘솔, ONE 멘솔 등등. 물론 디스나 시즌처럼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외국 담배 중에는 종류가 무지 다양하다. 난 미국이나 유럽 쪽만큼 일본의 담배 종류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멘솔. 지난 여름에 일본에 갔을 때 편의점에 가보니 담배의 종류가 너무 많았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멘솔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 없는 정류도 많다. 내가 그 편의점에서 봤던 말보로의 종류가 7~8가진데, 그 7~8가지 말보로가 모두 멘솔을 보유하고 있었다. 난 그 중에 블랙 멘솔이라는 것을 사서 피워봤는데, 멘솔의 향이 상당히 강하고, 타르의 양도 엄청나다. 8.0mg~!! 그래서 귀국하는 길에 면세점에서 한 보루 득템~!! 지금 한 갑 남았다. 

 현 시점에서의 주력 담배는 살렘 라이트이다. 타르의 양이 6.0mg으로 독한 축에 속한다. 예전에 호기심으로 가끔씩 태우던 살렘을 작년 겨울쯤 다시 피워봤다. 그러다가 전 주력 담배였던 던힐 프로스트를 피웠더니 영 빠는 맛이 안났다. 담배갑을 살펴보니 타르의 양이 1mg 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살렘 라이트가 프로스트를 대체하게 된 것이었다. 6mg 짜리를 태워서 그런지, 그 이상의 것들은 그런대로 피울만 한데, 6mg 미만의 것들은 영 입맛이 맞질 않는다. 던힐 밸런스가 3mg 인가 그런데, 그것도 영 빠는 맛이 나질 않는다. 대세는 6mg 인 것이다.


 요즘은 여성 흡연자들이 상당히 늘었다.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도 높아진 것이 요인 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성이 흡연 하는 것이 그렇게 흠이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성 흡연율이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 담배라고 하는 것이 남성만의 전유물은 아니잖는가?? 담배갑에 새겨진 경고 문구에도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다고 나왔지, 여성이 피워서는 안된다는 말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여성은 임신을 해야 하는 몸이기 때문에 흡연으로 인한 니코틴 축적이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긴 하지만, 사실 남성의 과다한 흡연도 정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 두어야 한다. 즉, 그런 이유로 여성의 흡연을 막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성 흡연자가 늘어나면서 요즘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을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사회 통념 상, 여성 흡연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탓인지 여성 흡연자들을 위한 배려(?) 혹은 장치는 없다시피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보스가 보수적인데다, 비흡연자이다. 그러다보니 흡연자들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없었다. 그러다가 흡연장을 설치하고, 비오면 비 맞지 말라고 비막이도 만들어주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여성 흡연실은 없었다. 기대한 내가 바보인가 싶기도 했다. 남자들은 휴게실 벤치에 앉아서 여유롭게 피우는 반면, 여성들은 담벼락 사이에 쭈그리고 앉아서 피운다. 남자가 봐도 좀 안쓰럽다. 전에 다니던 회사는 여성 흡연실이 따로 있었다. 평소엔 일반 휴게실이지만, 휴식 시간에는 여성 흡연실로 운영 되기 때문에 남자들은 자리를 비워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앞서도 말했듯 15년 째 흡연을 하고 있다. 흡연자 입장에서 같은 흡연자들에게 아쉬운 점이 상당히 많다. 사실 담배라는 것이 백해무익한 것이고, 끊기도 힘들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왕에 태우는 거 개념있게 좀 태웠으면 하는 것이 몇가지 있다. 길거리, 특히나 노량진 학원가처럼 비좁은 길거리에서 인파들 사이에 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물고 간다. 그러면 흡연자든 비흡연자든, 원하든 원치 않은 그 연기를 맡아야 한다. 더더욱 위험한 것은 그 불똥이 어린 아이의 얼굴이나 상대방의 옷을 향한다는 것이다. 또 버스 정류장과 같이 움직임이 정체된 곳에서 담배를 태운다.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부는데, 담배를 오른쪽 끝에서 태운다. 면전에 대놓고 연기를 뿜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또 식당에서 밥그릇에 재를 떠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서 식당을 운영하기에 알바를 해본 나로선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재떨이가 없으면 냅킨을 적셔놓고 떨면 되는 것을 굳이 밥그릇에 떠는 이유가 뭘까?? 나중에 그 그릇에 밥을 먹는다는 생각을 안 해보나?? 등등 저질 흡연 문화, 좀 삼가했으면 한다.

 우리 나라에서 최근에 금연 구역을 늘려간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블로그 외에서도 자주 언급을 하던 바이지만, 난 참 바보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우리 나라가 작다고 해도 그 넓이가 얼만데, 금연 구역을 늘려가는가?? 차라리 흡연구역을 지정해 놓으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금연 구역이 되는 것이 아닌가?? 지난 여름에 일본에 갔을 때, 캐널 시티라는 곳을 들렀다. 인공 운하가 건물 사이를 흐르는 독특한 방식의 다중문화복합공간(써놓고도 좀 ^^;;)인데, 그 건물 입구엔 흡연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당연히 그 부스 외에서는 금연인 것이다. 흡연 부스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용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대략 반경 1m 내에서 피우는 사람들 보기는 했지만, 그런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흡연자를 찾아볼 순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을 거꾸로 하다는 느낌을...지울 수가 없었다.

 담배를 태우면서도 언젠가는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흡연량이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14~15개비 정도를 소진했으나, 요즘은 한 갑이다. 아무래도 이래저래 생기는 욕구 불만을 흡연하면서 채우는 일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이유야 어찌 됐든 담배는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남녀를 구분할 이유 혹은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왕 태우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개념을 가졌으면 한다. 담배는 내가 좋으려고 피우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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