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기아의 V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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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는 모처럼 만에 영화를 보러 인천 CGV를 찾았습니다. 한국시리즈 7차전에 벌어진다는 걸 알았지만, 보고 싶은 영화가 한 둘이 아니라 그냥 갔지요. 그렇다고 야구를 외면했느냐, 그건 아닙니다. 이전 영화에서 다음 영화로 넘어가는 사이에 봤지요. 그리고 마지막 영화를 보고 나오니 운명의 9회말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내내 호투를 펼쳤던 채병용과 나지완의 대결. "설마 끝내기??"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딱~하는 파열음이 들렸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어~어~~" 소리와 함께 하얀 점은 펜스를 넘어갔습니다. 2002년 LG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승엽의 동점 투런에 이은 마해영의 시리즈 끝내기 홈런 이후, 처음 나온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이었습니다.


2. 기아가 어제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전신인 해태 시절에 이어 V10을 달성했습니다. 해태 시절 9회, 기아로 바뀌고 1회, 합이 10회. 삼성의 전,후기 통합 우승으로 인해 한국시리즈가 치러지지 않은 1985년을 제외한 총 27번의 한국리시즈에서 10번 올라가서 10번 모두 우승한 타이거즈의 저력. 참 대단한 팀인 것 같습니다. 10번 올라가는 것도 어려운 데, 10번 모두 우승이라니...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더욱 무서운 것은 이번 멤버들이 신구가 조화된 멤버라는 데에 있습니다. 즉, 부상이나 FA로 인한 전력 누수만 없다면, 향후 몇 년간은 이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죠. 문제는 서재응과 한기주, 이 두 선수만 정상 궤도에 올라와주면...그야말로 후덜덜이죠.


3. 그리고 기아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두산 종신팬인 저로서 좋아보일 리 없는 SK지만, 기아보다 더 대단해 보일 수도 있는 팀이 SK입니다. 다른 건 논할 것 없고, 2007~2008년의 전력을 100으로 봤을 때, 사실 올 PS의 전력은 70~80정도 밖엔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력으로 플레이오프를 거쳐서 왔음에도 준우승을 일궈냈고, 그것도 맥없이 진 것이 아닌 7차전 9회말 원아웃에서 내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네요. 만약 플레이오프 없이 1,2위끼리 맞붙었다면, SK가 이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4. 이번 한국시리즈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시리즈 전적으로만 봐도 1,2차전은 기아가, 3,4차전은 SK, 5차전은 기아, 6차전은 SK, 7차전은 SK가 가져가는듯 했으나, 결국은 기아. 그리고 SK가 11대 6으로 이겼던 3차전을 제외하고는 매경기가 박빙으로 흘러간 점과 또 매경기마다 이슈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왔다는 점. 서재응과 정근우의 설전으로 인한 벤치 클리어링, 김상현의 슬라이딩으로 인한 수비 방해 논란, 나지완의 사인 훔쳐보기 논란, 이용규의 스퀴즈 번트 시 타석을 벗어난 문제 등등 말이죠.


5. 이건 번외인데, 대개 한 시즌을 치르면 3가지의 MVP가 나옵니다. 우선 올스타전 MVP(미스터 올스타라고도 하는...), 그리고 정규 시즌 MVP,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MVP인데요. 올스타전 MVP는 신인 안치홍이 가져갔었고, 한국시리즈 MVP는 아시다시피 나지완이 가져갔구요. 정규 시즌 MVP는 김상현이 거의 확정적인데, 이렇게 되면 한 시즌에서 나올 수 있는 MVP는 죄다 타이거즈의 차지군요. 타이거즈로서는 진정한 몬스터 시즌입니다.


6. 포스트 제목은 기아의 V10으로 써놓고, 마무리는 두산으로 하게되는...이상한 결과네요. 올시즌 두산은 정말 아쉬운 한 해였습니다. 새로운 가능성도 많이 발견했고, 또 한계점도 많이 발견되었구요. 우선 투수력은 정말 시급합니다. 기아의 우승 원동력 중에 하나는 탄탄한 선발진이었습니다. 특히나 로페즈라는 미친 녀석 하나 때문에 불펜진이 얼마나 절약 되었습니까?? (플레이오프를 거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SK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불펜에 의존을 하고, 결과는 불펜 체력 저하. 그로 인해 기아의 경기 후반 집중력이 살아나게 되구요. 내년에는 걸출한 투수 용병 제대로 뽑아서, 또 선발 투수 좀 제대로 키워서 우승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제발 번트를 대야할 상황엔 번트 좀 댑시다. 10번 중 10번 다 대라는 말은 안 할께요. 한 두 번은 댑시다. 이상 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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